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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전국만해백일장 만해상 작품(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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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한불청지기 작성일19-04-02 13:47 조회8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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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

 

김소영

안양예술고등학교 2학년

 

 

 

 

기어코 마지막 매듭이 풀렸다. 그 일이 있고 나서 고작 이 주째 되는 날이었다. 병원측에서 조 간호사의 죽음에 대해 재대로 추모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지연은 막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A병동 산책로의 수많은 매듭들을 일일이 손으로 풀어내야 했다. 개중에는 죽은 조 간호사의 여동생이 썼다는 추모 쪽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매듭을 어찌나 꽉 묶었는지 짧은 지연의 손톱으로는 한참을 긁어 겨우 푸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 모습을 보다못한 선배 간호사가 정힘들면 가위를 빌려주겠다고 말했지만, 지연은 차마 그 매듭들을 반으로 잘라버릴 용기가 나지 않아 거절했다. 상자 안에 구겨진 쪽지들이 들어찰 때마다 지연의 마음 한구석이 무겁게 짓눌리는 것만 같았다.

마침내 마지막 매듭을 풀어버리는 순간까지도 지연은 이 쪽지들을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지연에게 주어진 일은 딱 매듭을 모두 풀어버리는 것까지였다.

이후에 매듭이 풀린 쪽지들을 어떻게 하는지는 지연의 마음이었다. 차마 버려버릴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모두 집으로 가지고 가기에는 양이 너무 많았다. 지연은 수차례의 고민 끝에 이름이 적힌 쪽지들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오늘이 비번이거나 순찰 중인 사람들의 쪽지는 보관해놨다가 기회가 될 때 돌려주면 될 것이다. 내친김에 지금쯤 교대 근무를 설 시간인 동기 김 간호사를 가장 먼저 찾아갔다.

이거, 산책로에 묵여있던 매듭 네 이름이 있어서 가지고 왔어.”

, 저번에 그...... 고마워.”

김 간호사는 불숙 내밀어진 지연의 손에 당황하면서도 불쾌한 기색 없이 쪽지를 받아

들었다. 지연은 김 간호사가 쪽지를 주머니에 집어넣는 것 까지 확인하고 방에서 나왔

. 이제 겨우 쪽지 한 장을 돌려줬을 뿐인데도 진이 다 빠지는 것처럼 힘이 풀렸다.

다음으로 누구에게 쪽지를 돌려줘야 하는지 망설이던 중에 죽은 조 간호사의 동생이 휴게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장례식장에서 이미 한번 본 얼굴이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는 사람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쏟던 어머니와 달리, 그녀는 붉어진 눈가를 손으로 비비며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지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를 따라 휴게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소파 한쪽에 앉아 등을 구부정하게 굽히고 있었다.

...... A동 산책로의 매듭 말인데요. 그걸 오늘 다 풀라고 하셔서...... 쪽지라도 드려

야 할 것 같아서 왔어요.”

지연이 건넨 쪽지를 그녀는 말없이 받아 쥐었지만, 그 동작이 매우 느리고 힘없이 보였다.

이제 겨우 이 주였어요.”

그녀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쪽지를 가지고 휴게실을 나갔다. 그 말이 왜인지 매듭을 전 부 풀어버린 지연에게 하는 원망 같아서 지연은 오랫동안 그녀가 나간 뒷문을 바라보았다.

지연은 주머니에서 이름이 적히지 않은 쪽지 한 장을 꺼내 휴게실 창살에 매듭을 지어 보았다. 그녀의 모습이 한참이나 지연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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