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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 의장 소임을 마치며 (제27대 김형남 대의원의장 고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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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대의원회 작성일16-01-22 11:27 조회1,9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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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 의장 소임을 마치며

귀의에 삼보하옵고,

이제 대불청에서 현직 소임을 대불청 대의원 의장을 마지막으로 놓게 되었네요.

그냥 떠나려니 그저 서운해서 우리 불청 동지들께 마지막 인사 올립니다.

1990년 삼화포교당 노동자청년회 회장으로 처음 대불청과 인연을 맺었고 어언 반의 반백년이 되었네요.

2년 동안 우리가 나가야할 방안에 대하여 같이 고민하고 찾고자 노력을 시늉만 한 것 같아 그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서로의 고민들이 공유되지 못한 것이 너무 많이 아쉽습니다.

앞으로 어느 자리에서든지, 대불청 동지들의 심려들이 서로에 대한 배려 속에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새롭게나마 소통의 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처음 대불청과 인연을 맺을 때를 생각하면, 20대 중ᐧ후반기에 온몸으로 정의를 얘기하지 않으면 삶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인하던 그때의 모습과 현재 자본주의의 어떠한 세파에도 견딜 정도로 단단해진 제 모습을 비교하게 됩니다.

최선의 정의를 실천하지 못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차선의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였던 그때의 뜨거운 유기물적 인간이 어떠한 결정도 합리할 정도로 자본주의에 잘 적응하는 무기물적 인간으로 변해버렸네요.

저 뿐만 아니라 그 동안 많은 것들이 좋은 쪽보다는 나쁜 쪽으로 변한 것 같아요,

너울 찬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아 있는 세월호는 목에 걸린 빼지지 않는 가시처림 늘 마음에 걸려 있습니다.

304명의 가여운 영혼이 우리들의 잘못으로 희생되었으나 세상은 꿈쩍도 하지 않네요.

세월호는 물질만능주의에 찌든 우리 사회가 만들었고, 허위와 가식에 가득찬 삶들이 침몰시켰으며, 공직사회의 보신주의와 눈치 보기, 책임전가가 결국 하나의 생명도 온전히 거두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눈앞에 선명하게 보이는 데도 손을 데지 못하는 우리 사회는 정녕 구제불능일지도 모른다는 회의감마저 듭니다.

제가 접하는 사법부조차도 급속도로 기득권 기우는 현실에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사회의 자정능력을 만들어줘야 할 종교계, 제가 아는 불교계는, 세속의 구정물이 금이 간 둑 밖으로 뚝뚝 떨어져서, 둑방이 온통 무너질 지경임에도, 온통 자리와 권력의 돈쏠림 현상에, 많은 스님들은 만나면 자리 얘기와 돈 얘기 밖에는 없습니다.

여론의 감시가 없는 정치판을 만들어 놓았으니, 돈에 쏠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또한 진정한 어른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외부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진심 없는 쇼만 난무합니다.

예전 같으면 하루아침이면 해결되었을 용주사문제와 예전에는 꿈도 꾸지 않았을 교계언론탄압이 벌써 해너미를 하고 있습니다.

대불청을 처음 접하면서 제가 느낀 환희심은 가죽이 아니라 정신이 우리를 지탱하는 것을 알게 해준 점이었습니다.

그것이 저를 그나마 세상의 혼탁에서 지켜주었고, 제가 여전히 대불청을 떠나지 못하고 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진실과 허상을 구별하게 만들고 진실된 원력을 키워주는 역할이 우리 대불청인의 몫이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재작년 이후로 점점 야멸차지는 세상에 무기력해지는 스스로의 시간을 흘러 보내면서,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로는 너무도 마음이 무겁고 힘듭니다.

희생된 아이들을 위하여, 아니 내가 그들을 기억하기 위하여 무엇을 하고 있는 지, 그들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만들지 않기 위하여 무엇을 하는 지에 관하여 할 말이 없습니다.

대의원 총회 이후에 저는 팽목항을 한 번 방문하려 합니다.

성철스님은 남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만, ‘남을 위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아직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남과 내가 서로 다른 것이 아님을 느낍니다만, 사회적 실천으로 들어와 보면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가 과연 정확히 알고 정확히 보고 느끼고 있는지, 확신이 없기 때문에 남을 위해 기도함에 있어서 철저하지 못하게 됩니다.

다만, 남의 처지를 역지사지하고 사회 구석구석을 두루 헤아려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그것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간다고 도달할 수 있는 길이 아니라, 반드시 도반과 함께 가야할 길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나, 외로운 결단을 내려야 할 때 항상 숫타니파타에서 나오는 글을 떠올립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985년 노동자 포교당을 만든다며 부모님께 작별을 고하고 집을 떠났을 때부터, 어려울 때면 저 구절은 항상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때마다 저 구절이 자유롭게 지혜를 찾아 집착을 버리고 간다든가,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라든가, 비난과 칭찬에 휘둘리는 엉킨 일상을 벗어나 정진하라든가 하는 의미로 떠오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무소의 외로움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묵묵히 일하고, 자신을 희생하고 남는 것은 단 하나의 뿔이고, 아무것도 바램 없이 부지런히 일하고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뿔을 남기는 無牛에 자신을 이입하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렇듯 외로움을 가슴에 새기고 홀로 길을 떠난다고 해결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존재에게 폭력을 쓰지 말고,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말라.

비구들이여, 그대들이 어질고 지혜로운 동반자, 성숙한 벗을 얻는다면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질고 지혜로운 동반자, 성숙한 벗을 얻지 못했거든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좋은 친구를 얻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다. 훌륭하거나 비슷한 친구와 함께하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다. 그러나, 그런 벗을 만나지 못했거든,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고 하셨습니다.

깜깜한 밤중에 횃불을 만났던 20대의 그 심정으로 여러분들과 다시 한번 같이 그 길을 가고 싶습니다.

상처주기 싫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무소의 외로움을 아는 현명한 도반들로써 힘을 합쳐 오늘의 사회와 불교계에 닥친 이 난관을 함께 뚫어갔으면 합니다.

언제 팽목항 한 번 같이 가시죠?

불기 2560(2016)년 1월 23일

(사)대한불교청년회 대의원의장 삼매 김형남 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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